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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토모 실종 사건

인턴십 마지막 주였다.
원래라면 큰 사건 없이 끝났어야 했다.

노아와 밀리오는 같은 지역에서 활동 중이었고, 다른 프로 히어로들과 함께 순찰 업무를 맡고 있었다. 평소처럼 무전이 오가고, 사소한 신고들이 들어왔다. 분실물, 길 안내, 작은 소란. 평화로운 하루였다.

문제가 생긴 건 오후 세 시쯤이었다.

“토모에, 서쪽 구역 확인 부탁한다.”
“네.”

짧은 대답. 그게 노아의 마지막 무전이었다.

처음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노아는 원래 말이 많지 않았고, 업무 중에는 더욱 그랬다. 확인이 끝나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무전에도 응답이 없었다.

“배터리 나간 거 아니야?”

누군가 가볍게 말했다. 밀리오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노아니까.
분명 어딘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거라고.

두 시간이 지났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마지막 위치를 확인한 프로 히어로들이 주변 수색을 시작했다.

밀리오는 그때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야 했다. 노아는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위험하면 도망칠 줄도 알고,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세 시간이 지나자 웃는 사람이 없어졌다.

무전기에서는 반복적으로 노아의 이름이 불렸다.
대답은 없었다.

밀리오는 처음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가슴 어딘가가 조여오는 느낌.
생각이 자꾸 최악의 방향으로 향했다.

‘아냐.’

노아는 괜찮다. 분명 괜찮다. 그런데도 자꾸 떠오른다. 무너진 건물. 늦게 발견되는 구조 요청. 혼자 남겨진 전장.

밀리오는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미 수색 구역은 끝났는데도 계속 찾았다. 계속 뛰었다. 계속 이름을 불렀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노아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그때였다. 멀리서 사람 하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작은 실루엣.
익숙한 걸음.
익숙한 머리카락.

“…노아.”

노아였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크게 다친 곳도 없어 보였다. 옷은 조금 더러워져 있었지만 걷는 데 문제도 없었다.

그 순간 밀리오는 안도하지 못했다.

“어디 있었어!”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다.

노아가 눈을 깜빡였다.

“…토오가타?”

“몇 시간을 찾은 줄 알아?!”
“잠깐, 무전기가—”
“무전기고 뭐고!”

밀리오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손끝이 떨렸다.

노아는 처음으로 밀리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제야 노아는 이해했다.

“미안.”

짧은 사과. 평소라면 그걸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밀리오는 웃지 않았다. 괜찮다고 하지도 않았다.

한참 뒤에야 힘없이 말했다.

“…다행이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노아는 수많은 사람의 감정을 읽어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석할 수 없었다.

왜 밀리오가 저런 얼굴을 하는지.
왜 저렇게까지 안도하는지.
왜 자신을 발견한 순간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밀리오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밤 기숙사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노아는 강하다.
똑똑하다.
믿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밀리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노아가 다치는 게 싫은 게 아니었다.
노아를 잃는 게 싫은 것이었다.

그 아이가 없는 내일을 상상하는 순간.
숨이 막힐 만큼 싫을 정도로.

실종 사건 이후의 밀리오는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크게 웃고, 먼저 인사하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훈련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날 일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한다. 노아도 마찬가지다. 무전기가 고장 났고, 예상보다 먼 곳까지 이동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돌아왔으니 끝난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밀리오는 끝내 그날을 완전히 넘기지 못한다.

이상하게도 노아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마다 심장이 한 번씩 철렁 내려앉는다.

이전에도 노아는 혼자 움직이는 일이 많았고, 밀리오는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노아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점심시간에 자리가 비어 있으면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훈련이 끝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운동장 끝까지 확인하게 된다. 무전 응답이 조금 늦어지면 평소보다 한 번 더 호출하게 된다.

스스로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저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문제는 밤이 되면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밀리오는 가끔 같은 꿈을 꾼다.

넓고 텅 빈 거리를 혼자 걷고 있는 꿈이다. 아무도 없고, 소리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 꿈속의 밀리오는 계속 걸으며 이름을 부른다.

“노아.”

대답은 없다.

조금 더 걸으면 멀리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익숙한 뒷모습이다. 분명 노아다. 밀리오는 안도하며 뛰어간다. 그런데 거리가 좁혀질 듯 말 듯 계속 멀어진다. 결국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노아의 모습은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 순간 잠에서 깬다.

숨이 거칠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꿈이라는 것을 안다. 노아가 지금 기숙사 어딘가에서 멀쩡히 자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가장 힘든 것은 꿈 자체가 아니다.
꿈에서 깨어난 직후 느끼는 공허함이다.
정말로 잃어버린 것 같은 감각이 남는다.

밀리오는 그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말로 꺼내는 순간 이상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먼저 눈치챈다.

훈련이 끝난 뒤 둘이 함께 돌아가던 길이었다.

노아는 잠시 밀리오를 올려다보다가 조용히 말한다.

“최근에 잠 못 자?”

밀리오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왜? 아, 아닌데?”
“피곤해 보여.”

짧은 대답이었다. 밀리오는 평소처럼 웃으려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되지 않는다. 노아는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평소라면 여기서 농담을 했을 텐데, 오늘은 잠시 침묵한다.

밀리오는 결국 웃으며 대충 둘러댄다.

“조금 바빴나 보다.”

노아는 더 묻지 않는다. 다만 그날 이후로 가끔 먼저 무전을 보낸다. 특별한 용건도 없다.

“토오가타.”
“응~.”
“응답 확인.”
“그게 뭐야.”
“별거 아냐.”

그 대화는 늘 몇 초면 끝난다. 하지만 밀리오는 이상하게 안심하게 된다. 짧은 응답 하나만으로도 괜찮아진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장 무섭다.

노아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인다는 사실.
시야에 있어야 안심된다는 사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잠을 설친다는 사실.

밀리오는 아직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실종 사건이 있기 전의 자신이라면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밀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노아를 잃는 미래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것이 모든 감정의 시작이었다.

얼마 뒤.

노아는 한동안 말없이 밀리오를 바라본다.

평소 같으면 웃고 넘겼을 이야기인데, 오늘의 밀리오는 어딘가 지쳐 보인다. 눈 밑은 옅게 어둡고, 웃고 있어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노아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는다.

밀리오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인다.

“왜?”
“가만히 있어.”

짧은 대답이었다.

노아의 손끝이 밀리오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한다. 바람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넘겨 주고는 손을 거두려 한다.

그런데 밀리오는 순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그 손길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처럼.

노아는 잠시 멈칫한다.

“…토오가타.”
“응.”
“괜찮아.”

그 말과 함께 이번에는 머리 위에 손을 올린다.

툭.
정말 가볍게.

아이를 달래듯이 한 번 쓰다듬는다.

밀리오는 눈을 깜빡인다. 노아는 원래 스킨십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 놀랍다.

“왜 그래...”
“요즘 계속 불안해 보이니까.”
“…티 났어?”
“조금.”

밀리오는 작게 웃는다.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인다.

노아는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한다.

“나는 여기 있어.”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밀리오는 그 말을 이해한다.

괜찮다는 뜻도,
혼자가 아니라는 뜻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도.
전부.

노아는 손을 거두지 않는다.

밀리오가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을 주듯 잠시 그대로 둔다.

그리고 한참 뒤 밀리오가 평소처럼 웃으며 말한다.

“노아.”
“응.”
“그거 의외로 효과 좋은데.”
“뭐가.”
“방금 한 거.”

노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하게 대답한다.

“다행이네.”

그 말을 들은 밀리오는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가끔 정말 힘든 날이면 밀리오는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노아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해 준 것은 거창한 위로나 대단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알려 준 것이었다. 그리고 밀리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