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토오토모 사진

그날은 정말 평범한 휴일이었다.

인턴도 없었고.
훈련도 없었고.
빌런 출현도 없었다.

그래서 A반과 빅3 일부가 시내로 놀러 나오게 되었다. 네지레가 가고 싶다고 한 디저트 가게 때문이었다.

“빨리 와!”

네지레가 앞에서 손을 흔든다.
밀리오는 웃으며 따라간다.
아마지키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리고 노아는 조금 뒤에서 걷고 있었다.

평소처럼 조용한 얼굴.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

밀리오는 별생각 없이 뒤를 돌아봤다가 노아와 눈이 마주친다. 노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그게 끝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그런 순간들뿐이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네지레는 사진을 열 장 넘게 찍고 있었고 밀리오는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창가에 앉은 노아가 보인다.

포크를 든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햇빛이 머리카락 끝에 걸려 있었다.

예쁘네.

순간 그런 생각이 스친다. 밀리오는 곧바로 고개를 젓는다.

무슨 생각이야.

그리고 다시 케이크를 먹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인다.

노아가 물을 마시는 모습.
노아가 메뉴를 고르는 모습.
노아가 네지레의 이야기를 듣고 작게 웃는 모습.
전부 그냥 평범한 장면인데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다.

오후가 되자 다 같이 쇼핑몰로 이동했다.

사람이 많았다.

밀리오는 친구들과 떠들며 걷다가 문득 깨닫는다.

노아가 안 보인다. 순간 발걸음이 멈춘다.

어디 갔지?

몇 초 뒤.

조금 떨어진 문구점 앞. 노아가 작은 키링을 구경하고 있었다. 밀리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곧바로 멈춘다.

안도?
왜?

없어진 것도 아니고 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왜 안심한 거지? 그때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저녁 무렵 네지레가 갑자기 단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다들 모여!”

학생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모인다. 노아는 가장 마지막까지 버틴다.

“안 찍어.”
“찍어!”
“싫어.”
“찍어!”

결국 밀리오가 팔을 붙잡고 끌고 온다.

찰칵.

첫 번째 사진.
노아는 무표정.

“다시!”

네지레가 외친다.

“이번에는 웃어!”
“싫어.”
“웃어!”
“싫—”

그 순간 밀리오가 장난스럽게 노아 볼을 콕 누른다.

“…뭐 하는 거야.”

당황한 목소리 그리고 아주 잠깐 웃으려다 실패한 표정.

찰칵.
사진이 찍힌다.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노아는 밀리오를 노려본다. 밀리오는 배를 잡고 웃는다.

해는 거의 저물어 가고 있었다.
놀 만큼 놀았고.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슬슬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잠깐!”

갑자기 네지레가 외친다.

“사진 안 찍었어!”
“아까 찍었잖아.”
“단체사진 말고!”

학생들이 동시에 한숨을 쉰다.

결국 네지레는 사람들을 붙잡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친구끼리.
동아리끼리.
빅3끼리.
온갖 조합이 나온다.

밀리오는 그 과정이 꽤 즐거웠다.

반면 노아는 이미 도망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토모에!”
“…”
“도망가지 마!”

들켰다. 노아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때였다. 네지레가 휴대폰을 들고 둘을 번갈아 본다. 그리고 눈이 반짝인다. 밀리오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할 때의 표정이었다.

“너희 둘.”
“…?”
“같이 찍어.”

정적.

“왜.”

노아의 즉답.

“왜냐니?”

네지레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맨날 같이 다니잖아.”
“안 다녀.”
“다녀.”
“안 다녀.”
“다녀.”

밀리오는 옆에서 웃음 참느라 힘들어 죽겠다.

결국 억지로 세워진다.

둘만.
나란히.
어색하다.
엄청.

밀리오는 그래도 웃고 있다.

노아는 이미 집에 가고 싶은 얼굴이다.

“좀 붙어.”

네지레가 외친다.

“충분해.”
“안 충분해.”
“충분—”

밀리오가 살짝 웃는다.

“조금만.”
“…”

노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가까워진다.

그 거리 차이는 몇 센티미터도 안 된다. 그런데 밀리오는 이상하게 심장이 뛴다.

왜지.
그냥 사진인데.

“하나.”

네지레가 카운트를 센다.

“둘.”

노아는 시선을 피하고 있다.

“셋!”

찰칵.

사진이 찍힌다.

확인해 보니 밀리오는 활짝 웃고 있고 노아는 여전히 무표정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한 장 더!”

네지레가 휴대폰을 번쩍 든다. 이미 사진은 충분히 찍었다. 학생들은 슬슬 지쳐 있었다.

“이제 됐잖아.”

노아가 한숨을 쉰다.

“안 돼!“
“왜.”
“이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또 잡힌다. 이번에는 정말 둘만. 노아는 이미 포기한 얼굴이다. 밀리오는 옆에서 웃고 있다.

“토모에.”
“…”
“조금만 더.”
“이번이 마지막.”
“약속.”

그리고 둘이 나란히 선다.

문제는 둘 다 사진 찍는 데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밀리오는 그냥 웃고.
노아는 그냥 무표정.
네지레는 답답해 죽을 것 같다.

“아니!”
“또 왜.”
“둘 다 너무 평범해!”

그 순간 앞에 있던 카미나리가 갑자기 외친다.

“토오가타 선배! 무슨 포즈라도 해봐요!”
“포즈?”

밀리오는 바로 알아듣는다.

“아!”

그리고 웃으면서 토모에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자기 입꼬리로 가져다 대고 위로 올린다.

“토모에, 이렇게!“

주변에서 웃음이 터진다.

“유치하다.”

노아가 중얼거린다.

“에에?!”

밀리오는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다.

“귀엽잖아!”
“안 귀여워.”
“귀여워.”
“안.”
“귀여워.”

실랑이가 이어진다.

그때 앞에서 보던 아시도가 갑자기 외친다.

“토모에도 해 봐!”

순간 정적.

“싫어.”

즉답.

“한 번만!”
“싫어.”
“한 번만!”

A반 전원이 가세한다.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노아는 진심으로 귀찮다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옆에 있는 밀리오를 본다. 밀리오는 웃고 있다. 엄청 기대하는 얼굴로. 정말 바보 같은 얼굴로.

“…”

노아는 짧게 한숨을 쉰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든다. 손가락을 뻗는다.

입꼬리를 콕.
밀리오와 똑같은 포즈.

순간 조용해진다. 정말로.

1초.
2초.
그리고.

“어?”

카미나리가 먼저 얼빠진 소리를 낸다.

“잠깐.”
“어?”
“토모에 선배가 했어.”
“진짜 했어.“

A반이 술렁인다.

노아는 이미 후회하고 있다.

“이제 찍어.”
“잠깐.”
“또 왜.”
“잠깐만.”

그때였다.

아시도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웃었다.”
“…?”
“토모에 선배 웃었어.”

노아가 멈춘다. 밀리오도 멈춘다.

사실 조금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애들을 보며 정말 잠깐 입꼬리가 올라갔었다. 본인도 모르고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

네지레가 소리친다.

“지금 찍어!”

찰칵.



사진이 찍힌다. 결과는 밀리오는 활짝 웃고 있다. 노아도 웃고 있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손가락은 여전히 입꼬리를 가리키고 있다. 밀리오는 사진을 확인하다가 그대로 굳는다.

“…”

심장이 이상하게 뛴다.

오늘 하루 처음 본 웃음. 억지로 만든 게 아닌 웃음. 그리고 자신과 같은 포즈를 하고 있는 노아.

밀리오는 그날 밤 사진을 저장하면서 생각한다.

사진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자신이 잘 나와서가 아니다.

사진 속 노아가 정말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노아를 본 자신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 일 없는 하루.

집으로 돌아온 밀리오는 침대에 누운다. 평소 같으면 금방 잠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일을 떠올린다.

네지레.
아마지키.
친구들.
디저트.
쇼핑몰.

그런데 기억나는 장면마다 노아가 있다.

창가에 앉아 있던 모습.
키링을 보던 모습.
사진 찍기 싫어하던 모습.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던 모습.

전부 선명하다.
너무 선명하다.

밀리오는 팔로 눈을 가린다. 왜 자꾸 떠오르지. 왜 오늘 하루가 아니라 노아만 생각나지.

한참 뒤 문득 깨닫는다.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노아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이 싫지 않았다는 것을.

“…아.”

작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심장이 조금 빨라진다.

밀리오는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토모에 노아를 떠올리며 웃는다. 잠들기 직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