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후쿠로다니 주장
보쿠토 코타로와 선후배→연인 드림 합니다

보쿠토 코타로 (木兎 光太郎)
후쿠로다니 3학년, 배구부
직진하는 시끄러운 활기찬 진지할땐 진지한
마코토 세쇼 (誠 聖書)
후쿠로다니 2학년, 도서부
조용한 꾸준한 츤츤거리는 고집이
후쿠로다니 고등학교 도서관은 늘 조용했다. 배구부 체육관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과는 정반대의 공간. 그녀는 그곳에 늘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도서 정리를 하거나. 후쿠로다니 도서부의 핵심이자, 배구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말 걸기 어려운 애‘ 로 유명한 존재. 그리고 그 고요를 가장 자주 깨는 사람이 있었다.
“어— 여기 진짜 시원하다! 역시 도서관 최고야!”
보쿠토 코타로. 후쿠로다니 배구부의 에이스, 소음 그 자체. 처음엔 단순한 도피였다. 훈련이 안 풀리던 날, 감독에게 혼난 날, ‘멘탈 회복 구역’이라며 도서관으로 숨어 들어왔다. 마코토는 쫓아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여긴 뛰면 안 돼요.” 그 말투가 이상하게 차분해서, 보쿠토는 처음으로 자기 볼륨을 줄였다.
보쿠토는 도서관에 자주 왔다. 책은 안 읽었지만, 마코토가 책을 넘기는 소리를 들으러. 그녀는 자주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보쿠토의 컨디션이 어떤지 눈치챘다.
“오늘은 스파이크가 안 풀렸죠.”
“…헉, 어떻게 알았어?!”
“들어올 때 발소리가 달랐어요.”
그날 이후, 보쿠토는 경기가 잘 풀리면 도서관에 자랑하러 왔고 멘탈이 무너지면 말없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조언하지 않았다. 대신 책을 한 권 밀어줬다.
“이거… 주인공이 계속 실패해요.”
“…그럼 왜 읽어?”
“그래도 다시 일어나거든요.”
보쿠토는 그날 처음으로 끝까지 책을 읽었다.
어느 날, 보쿠토는 도서관에서 그녀를 보호하듯 끌어안았다. 후배들이 떠들며 뛰어들어왔기 때문이다. 세쇼는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야! 조용히 해!”
마코토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심장 박동이 귀에 들릴 정도로.
“…고맙긴 한데 이제 놔줄래요.”
“어? 아… 어어!!!”
그날 이후로 보쿠토는 스파이크를 날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됐다. 도서관에 돌아오면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후 보쿠토가 도서관에 들낙거리는 일이 많아질 수록 마코토와 거리가 가까워졌다. 보쿠토는 그 틈을 타 그녀에게 경기를 보러 오지않겠냐고 민망하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티켓을 건넸다.
마코토는 그런 보쿠토를 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경기장이 처음인 마코토는 허둥지둥 자리에 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멀리서 보쿠토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걸 발견한다. 보쿠토는 누군가를 찾는 듯 경기장 객석을 두리번 거렸다. 그때, 눈이 마주쳤고 방방 뛰며 밝게 인사해주었다. 마코토는 부끄러운 탓에 못 본 채 하였다.
“경기, 잘했어요.”
그 말은 경기 다음 날,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만 나왔다. 보쿠토가 눈을 반짝였다.
“헉, 마코토가 칭찬했어!”
“목소리 줄여요.”
“…근데 진짜 기뻐.”
보쿠토가 마코토 귀에 가까이 말했다. 가까운 거리, 보쿠토의 숨결에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귀가 살짝 빨개진 걸, 보쿠토는 못 본 척했다.
보쿠토는 직진했고 마코토는 철벽이었다.
“우리 사귀는 거 아냐?”
“아닌데요.”
“그럼 왜 나한테만 따뜻해?”
“…착각이에요.”
하지만 보쿠토가 도서관에 며칠 안 오자 마코토는 책 정리를 하다 말고 문을 몇 번이나 봤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툭 내뱉었다.
“…안 오는 줄 알았어요.”
“헉, 걱정했어?!
“안 할리가 있어요…?”
도서관은 불이 거의 꺼져 있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웠고, 마코토는 책을 펼친 채로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보쿠토는 숨소리마저 줄이며 다가왔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 할 행동이었다.
“…진짜, 여기서 잘 줄이야.”
깨울까 하다 말고 자기 유니폼 재킷을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쳐줬다. 손이 닿자, 마코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보쿠토는 웃음을 삼켰다.
“자는 얼굴은… 덜 차갑네.”
잠든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는 아주 작게 말했다.
“오늘 경기, 네가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괜히 말하고 싶어졌다.
“나 말이야, 잘할 때보다 안 될 때 네가 떠오르는 게 더 신기해.”
마코토 의자 옆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자기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도서관 오는 거 아니었어. 여기 오면… 괜찮아졌거든.”
잠든 마코토의 손끝이 책장을 살짝 눌러 있었다. 보쿠토는 그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너한텐 아직 말 안 했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이번엔 진짜 진지한 목소리로.
“나, 너 좋아해.”
이 말을 내뱉은 보쿠토 본인도 놀라 뒤로 넘어졌다. 얼굴이 붉어진 보쿠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열을 식히며 도서관을 나갔다. 잠든 마코토 옆에 남긴 건 고백 하나와 불빛뿐이었다.
보쿠토가 나간 뒤에도 도서관은 한동안 조용했다. 마코토는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
잠든 척한 채로 아까 들은 말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괜히 도서관 오는 거 아니었어.
여기 오면 괜찮아졌거든.
나, 너 좋아해.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 아래에서 감정이 천천히 올라와 얼굴이 붉어지며 화끈 거렸다.
“……바보.”
보쿠토는 평소처럼 도서관에 왔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코토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잘 잤어요?”
“…어? 응! 완전!”
“그래요.”
책을 정리하다가 툭,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위로책?”
“아뇨.”
잠깐 멈칫하더니 시선을 피한 채 덧붙였다.
“연애 소설이에요.”
보쿠토의 눈이 커졌다.
“헉— 뭐야, 이거 갑자기?”
“반납 기한은 일주일이에요.”
“그게 왜—”
마코토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다음엔, 깨어 있을 때 말해요.”
생각보다 긴 정적이 흘렀다.
“기다릴게요”
마코토는 도망치듯 도서관을 나갔고 덩그러니 남겨진 보쿠토는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입을 틀어막고 따라 나간다.
체육관은 훈련이 끝난 뒤였다. 정리도 거의 끝났고, 바닥엔 네트 그림자만 길게 늘어져 있었다.
“보쿠토.”
마코토가 먼저 불렀다.
“응?”
보쿠토는 자연스럽게 대답했지만, 이름을 불린 순간 이미 직감했다. 뭔가 다르다. 마코토는 잠깐 말을 고르듯 입을 다물었다가, 그대로 말했다.
“나.”
길게 정적이 흐르고 나서야 입을 뗀다.
“사람 좋아하는 데 시간 오래 걸려요.”
보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치지 않았다.
“그래서…“
시선을 바닥에 두고.
“확실하지 않으면 말 안 해요.”
고개를 들고 보쿠토를 마주본다. 체육관이 조용했다.
멀리서 공이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근데, 도서관에 당신이 안 오면 책에 집중이 안 돼요.”
보쿠토의 눈이 커졌다.
“체육관에 오면, 당신이 오늘 잘했는지부터 생각나요.”
한 걸음 다가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게.”
숨을 짧게 들이켜고.
“…좋아한다는 거겠죠.”
마코토의 얼굴과 귀가 붉어져있는 걸 본 보쿠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그래서…“
잠깐의 정적.
“선배, 좋아해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코토는 고개를 숙였다.
“…대답은 바로 안 해도 돼요.”
그 순간, 보쿠토의 뇌가 멈췄다.
“헉, 잠깐만.”
“나 심장 소리 지금 체육관에 울리는 것 같은데?”
마코토가 고개를 들자,
보쿠토는 귀부터 목까지 새빨개진 채였다.
“아니 그게.”
보쿠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이건—”
“내가 먼저 해야 되는 건데—”
마코토가 아주 작게 웃었다.
보쿠토가 본 것 중 가장 분명한 웃음이었다.
“그럼, 이제 선배 차례죠.”
보쿠토는 한 박자 늦게 웃다가, 네트 쪽으로 얼굴을 묻었다.
“아… 진짜, 이 체육관에서 진 경기 처음이야.”
“좋아해, 마코토.”